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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상속

AI 채팅 기록과 유산의 경계– ChatGPT·카카오i 등 대화 로그의 법적 지위

1. AI 채팅도 이제는 ‘디지털 흔적’입니다

(키워드: AI 채팅 기록, 디지털 발자취)

우리는 이제 하루에도 수십 번씩 AI와 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서, 사람들은 ChatGPT, 카카오i, 네이버 클로바, 구글 바드 등 다양한 AI 챗봇과 감정적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AI에게 일기처럼 비밀을 털어놓고, 어떤 사람은 돌아가신 가족을 그리워하며 AI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죠.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화들이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고 있는가입니다. 대부분의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서버에 일시적 혹은 장기적으로 저장합니다. 삭제 전까지는 플랫폼 사업자나 사용자 본인이 기록에 접근할 수 있죠. 그런데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이 대화 기록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유산일까요? 아니면 삭제되어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일까요?

블로그나 이메일, 메신저 기록과 달리 AI 채팅 기록은 아직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AI에게 털어놓은 감정, 아이디어, 비즈니스 전략 등은 고유한 인격의 표현이자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저는 조만간 AI 채팅 기록이 디지털 유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AI 채팅 기록과 유산의 경계

2. 실제 플랫폼은 채팅 기록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키워드: ChatGPT 데이터 저장, 사망 시 처리)

ChatGPT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AI 서비스는 사용자 동의를 바탕으로 대화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예를 들어, OpenAI는 설정에서 ‘채팅 기록 저장 비활성화’를 선택하면 로그 저장을 막을 수 있지만, 기본값은 저장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사용자는 ‘히스토리’ 메뉴에서 자신의 대화 내역을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사용자가 사망하면 이 기록은 어떻게 될까요?

OpenAI는 아직 사망한 사용자 계정에 대한 공식적인 처리 지침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구글이나 애플처럼 명확한 ‘사망 처리 절차’를 제공하는 기존 IT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즉, 현재로선 사용자가 사망하더라도 ChatGPT에 남겨진 대화 기록은 자동으로 삭제되거나 유족에게 이전되지 않습니다.

카카오i나 네이버 클로바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클로바노트, 지니톡 같은 서비스는 로그 데이터를 수집하며, 일부는 음성 인식 데이터까지 저장합니다. 그러나 사용자 사망 시 이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준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 공백이 향후 법적 분쟁이나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3. AI 대화는 유산인가, 단순한 데이터인가?

(키워드: AI 대화 상속, 디지털 유산의 법적 기준)

이 질문이야말로 AI 시대 디지털 유산의 핵심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ChatGPT와의 수백 개 대화 속에 창작물, 감정 기록, 업무 자산 등이 담겨 있다면, 이 기록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AI 채팅 기록을 유산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인이 AI에게 남긴 시, 유언 초안, 가족에게 남긴 메시지 등은 분명한 디지털 가치와 감정적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가 플랫폼에 저장되어 있고, 유족이 로그인 정보를 모른다면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유족의 접근을 거부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 대화는 단순 로그일 수도 있지만, 지적 재산, 감정 유산, 법률 문서 초안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고인이 AI에게 작성한 ‘사업 아이디어 정리’, ‘고객 응대 매뉴얼’은 유족에게 귀중한 상속 자산이 될 수 있죠. 하지만 현재 어느 국가도 AI 채팅 기록을 법적 유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4.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키워드: AI 대화 관리, 생전 디지털 정리)

지금이야말로 AI 대화 기록에 대한 생전 정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민감한 대화, 개인정보, 창작물을 AI에게 남겼다면, 이를 미리 백업하고, 필요 시 유언장에 구체적 지침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ChatGPT에 남긴 대화 기록은 사망 후 삭제해달라”, 혹은 “유족에게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유언장에 명시하면, 유족은 법적으로 이 기록에 접근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디지털 유언장에 AI 계정 정보, 클라우드 접근 권한, 삭제 요청 내용을 포함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 또한 이제는 ‘사망 후 AI 데이터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망 증명서와 유족 인증 절차를 통해, AI 대화 데이터를 일정 기준 하에 열람하거나 삭제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윤리의 핵심이자, 디지털 인권의 연장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5. AI 시대의 유산, 이제는 대화까지 포함된다

(키워드: AI 유산, 디지털 생전 정리)

우리는 이제 종이 유언장이나 통장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AI에게 매일 고민을 털어놓고, 어떤 사람은 창작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기억을 AI와 나눕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AI와의 대화 자체가 유산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고 확신합니다. 이 대화는 때로는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가 되고, 때로는 고인의 정체성과 삶의 흔적을 담은 디지털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AI와의 대화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디지털 생전 정리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클라우드, SNS를 넘어서, 이제는 AI 채팅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 그리고 누가 그 기록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지금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책임 있는 죽음 준비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