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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상속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 부모의 권리와 한계 – 법적 보호 문제와 실제 사건 사례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

 

1.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키워드: 미성년자 디지털 상속, 청소년 디지털 자산)

오늘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를 보면 늘 놀라게 됩니다. 유튜브 영상 편집부터 SNS 활동, 게임 아이템 거래까지—미성년자들의 디지털 활동은 성인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만약 어떤 아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그 아이가 남긴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될까?”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이란 SNS 계정, 온라인 게임 프로필, 가상화폐, 유튜브 수익 계좌,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등 디지털 공간에서 쌓아온 모든 자산과 흔적을 말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디지털 창작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재산적 가치만이 아니라, 심리적 의미정체성과 관련된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NS 계정 하나에는 우정, 꿈, 성장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자산이 단순한 ‘상속재산’이 아니라, 청소년 고유의 디지털 자산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부모가 어디까지 이를 관리하고, 어떤 법적 권리를 가지느냐입니다.

 

2. 부모의 권리와 법적 한계

(키워드: 부모의 상속권, 법적 보호 문제)

나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법정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고, 법적으로 대리 권한도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가 ‘상속’이라는 이름으로 무제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입니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생존자뿐 아니라 사망자의 정보도 일정 부분 보호합니다. 미성년자가 사망했다고 해도, 부모가 무제한으로 SNS나 이메일 계정을 열람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본인의 동의 없이 계정 접근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법은 충돌하게 됩니다.

둘째는 사생활 보호 문제입니다. 자녀가 친구와 나눈 메시지나 개인적인 일기를 부모가 열람하는 것은, 사망 이후에도 민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의 정체성사생활 보호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관리하고 싶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이 큽니다.

셋째는 플랫폼의 정책 차이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은 미성년자 사망 시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부모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유족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합니다. 법적으로는 부모의 권리가 인정되더라도, 현실에서는 플랫폼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3. 실제 사례로 본 미성년자 디지털 유산 분쟁

(키워드: 미성년자 디지털 상속 사례, 가족 갈등)

이 문제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있었던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15세 소녀가 사망한 후, 부모는 페이스북 계정을 열람해 딸이 학교 폭력(왕따)을 당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부모의 접근을 거부했고,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갔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SNS 계정도 유산에 해당한다”**며 부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나는 이 판결이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사생활이 아니라, 진실 규명을 위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수천만 원 상당의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부모가 게임사에 계정 이전을 요청했으나, 게임사는 “본인 외에는 이전 불가”라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부모는 소송을 준비했지만, 게임사의 이용 약관이 법적으로 우위에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부모-플랫폼-법 간 충돌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사례로, 한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SNS 계정을 열람하고 친구들과의 메시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오히려 다른 가족들과의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메시지 해석 과정에서 가족 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는 디지털 자산이 재산일 뿐 아니라 감정적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인의 흔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결국 가족 갈등의 핵심이 됩니다.

 

4. 미성년자 디지털 유산 정리를 위한 현실적 대안

(키워드: 디지털 유언장, 미성년자 자산 관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디지털 유언장 개념을 미성년자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유언을 작성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디지털 자산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SNS 계정은 추모 계정으로 남기고 싶다”거나 “게임 아이템은 동생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식의 의사를 기록해두면 향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플랫폼이 미성년자의 사망 이후 계정 처리 절차를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대부분의 서비스는 “본인 외 접근 불가”라는 문구로만 마무리되는데,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법적 대리인의 접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가 무작정 소송으로 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한국에도 미성년자의 디지털 자산 상속을 다루는 구체적 법률이 필요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속법을 조화롭게 적용해야 합니다. 오늘날 청소년도 SNS 활동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재산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를 ‘상속재산’으로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 간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부모와 자녀 간의 열린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온라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사후에 어떻게 처리되길 원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미성년자의 디지털 유산은 가족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 대화야말로 디지털 유산 정리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