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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

[29] 디지털 유산 처리 거부 사례와 그 파장 – 플랫폼이 삭제를 거부한 사건들

 

디지털 유산 처리 거부 사례와 그 파장

1. 디지털 유산 삭제 요청,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키워드: 디지털 유산 삭제 거부, 계정 삭제 요청)

나는 누군가의 디지털 흔적이, 때로는 가족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지만 때로는 깊은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고인이 남긴 SNS 계정이나 이메일, 블로그는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잊고 싶은 상처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족들이 고인의 계정 삭제나 데이터 제거를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요청이 거절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디지털 유산 삭제 거부 사례는 대부분 플랫폼의 자체 정책,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고인의 생전 설정과 깊이 연관돼 있다. 유족이 아무리 요청하더라도, 고인의 사망 사실을 입증하고 가족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췄다 하더라도, 플랫폼이 이를 ‘정보주체 본인의 동의가 없음’을 이유로 거부하는 일이 많다. 나는 이런 상황이 유족의 심리적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든다고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흔적을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거절 사유는 고인이 생전에 “데이터 삭제”에 대해 어떤 설정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이에 대해 유족의 요청만으로 계정을 삭제하거나 내용을 열람시켜주는 것은 법적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소극적 자세를 취한다. 나는 이 문제에서 결국 법적 근거의 부족과 기술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2. 실제 삭제 거부 사례 ① – SNS 계정이 추모 공간이 되지 못한 경우 (키워드: SNS 삭제 거부, 추모 계정 전환 실패)

나는 SNS에서 발생한 계정 삭제 거부 사례가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의 이야기지만, 그 여운은 깊다. 20대 청년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가족은 고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싶어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계정 속 게시물들이 가족에게 너무 큰 슬픔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계정으로 고인을 조롱하거나 루머를 퍼뜨리는 악성 댓글까지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유족은 계정이 더 이상 온라인에 존재하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해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플랫폼은 계정 삭제를 거부했다. 사망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했음에도, "계정 소유자의 명시적인 삭제 요청이 없기 때문에, 유족의 권한만으로는 삭제할 수 없다"고 했다. 플랫폼 측에서는 ‘계정 유지’가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방식이라고 보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감정이었다.

나는 이 사건이 SNS가 개인의 공간이자 공공의 기억 공간이 되는 순간, 그 계정을 삭제하거나 유지하는 일이 단순한 기술적 결정이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도덕적 충돌로 확장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유족은 변호사를 통해 정식 법원 명령을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되었다. 나는 이 점이 오늘날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거버넌스가 얼마나 느리고 비효율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3. 실제 삭제 거부 사례 ② – 이메일·클라우드 데이터 접근 불가 사례 (키워드: 이메일 접근 거부, 클라우드 삭제 요청)

또 다른 사례는 이메일과 클라우드 스토리지에서 발생했다. 고인이 사망한 뒤, 가족은 고인의 이메일에 저장된 보험 관련 정보, 가족 사진, 그리고 금융 계정 확인 이메일 등을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구글은 이 요청을 거부했다.

구글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에 접근하려면 미국 내 법원의 명령서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인의 이메일에 가족에게 중요한 계약서, 유언장 초안, 자산 관련 정보가 남아 있었지만, 이메일 접근 거부로 인해 가족은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나는 이 사건이 플랫폼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시함으로써, 실질적인 데이터 상속권이 무력화된 현실을 보여준다고 본다. 유족은 법적 대응을 검토했지만, 해외 본사의 정책을 넘어서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너무 높았다. 결국 유족은 이메일을 포기하고, 보험금이나 금융자산 청구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나는 이처럼 고인의 데이터 접근이 거부되는 것이 단순히 감정적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클라우드 삭제 요청도 마찬가지다. 고인의 생전 사진, 영상, 문서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었지만, 유족은 계정에 로그인할 수 없었고, 애플 측은 법원 명령 없이는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4. 플랫폼 거부의 파장과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 (키워드: 디지털 유산 거절 파장, 디지털 유언장 필요성)

나는 이와 같은 디지털 유산 거절 사례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첫째, 법률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인의 생전 권리를 보호하는 데 집중돼 있고, 사망 이후 데이터에 대한 가족의 접근 권한은 구체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둘째, 플랫폼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면서 유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는 가장 먼저 디지털 유언장의 작성을 권한다. 고인이 생전에 “내 계정을 삭제해 달라” 혹은 “추모 계정으로 남겨 달라”고 명확히 유언해 두었다면, 유족은 플랫폼과의 갈등 없이 고인의 뜻을 실현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구글, 애플은 모두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계정 관리자 지정’ 또는 ‘디지털 상속인 설정’이 가능하다. 나는 이 기능이 앞으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설정해 두어야 할 디지털 생전 정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나는 정부 차원의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본다. 고인의 데이터에 대한 유족의 권리와, 정보주체의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명확히 조정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을 명백히 상속재산으로 정의하고, 법적 절차를 표준화함으로써 유족이 더 이상 플랫폼과의 끝없는 싸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는 결국 디지털 유산 삭제 거부의 파장은 개인의 추억, 가족의 권리, 사회적 윤리까지 모두 얽힌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인의 의사가 남아 있지 않다면, 남겨진 우리는 추모의 의미, 사회적 책임, 법적 정당성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고민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디지털 흔적에 대해 스스로 말해두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