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디지털 유산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충돌 – 삭제 요청과 법적 딜레마

 

1. 디지털 유산이 개인정보보호와 충돌하는 시대의 도래 (키워드: 디지털 유산, 개인정보보호법)

나는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SNS, 클라우드, 메신저, 각종 온라인 서비스 덕분에 우리는 더 풍부한 기록을 남기며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종종 이런 의문이 든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내 디지털 자산은 법적으로 누구의 것이 될까?”
그 디지털 자산 안에는 내 사진, 대화 내용, 금융 정보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잔뜩 들어 있다. 이 모든 흔적은 디지털 유산으로 남아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남긴 디지털 흔적은 ‘개인정보’이자 동시에 ‘유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모순이 오늘날 가장 큰 법적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유산은 남은 가족에게는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지만, 동시에 고인의 사적인 정보이기에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망 후 정보 주체의 권리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유족은 고인의 데이터를 지우고 싶어도, 혹은 되찾고 싶어도 법적 벽에 막히게 된다. 나는 이 충돌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현실적 문제라고 느낀다.

2. 삭제 요청의 벽, 개인정보보호법이 만든 난관 (키워드: 개인정보 삭제, 삭제 요청)

나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디지털 기록은 여전히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족들은 종종 “고인의 기록을 모두 지우고 싶다”며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 삭제 요청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결코 순조롭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고인이 된 사람의 데이터도 일정 부분 보호하려 한다. 서비스 기업들은 “고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는 삭제할 수 없다” 혹은 “계정 접근 권한이 없다”라며 유족의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인이 SNS 계정을 남겼을 때, 유족이 삭제를 원해도 서비스사는 종종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삭제를 거부한다. 개인정보 삭제는 법적으로 데이터 주체 본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고인이 생전에 “삭제하라”는 지시를 남기지 않았다면, 가족이 대신 지우겠다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모순을 본다. 가족들은 고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기록을 없애고 싶지만, 법은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삭제를 막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개인정보 삭제 문제야말로 디지털 유산 관리에서 가장 난감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3. 개인정보보호법이 유족의 권리와 충돌하는 사례들 (키워드: 유족 권리, 사후 정보관리)

나는 실제 사례들을 접하면서 이 충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자주 느낀다.

한 가족은 고인이 남긴 이메일 계정에 수천 장의 가족 사진과 중요 문서가 담겨 있었다. 가족은 이메일 계정을 삭제하기 전에 사진과 문서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비스사는 “고인의 명확한 동의 없이는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며 접근을 거부했다. 결국 계정은 일정 기간 후 비활성화되었고, 그 안에 있던 데이터는 영영 사라졌다. 나는 이 사례를 들을 때마다 유족 권리와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인의 SNS 계정이 해킹당해 가짜 게시물이 올라왔다. 가족은 이 계정을 즉시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서비스사는 “고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라며 절차를 지연시켰다. 가족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을 때는 개인정보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후에도 무조건 보호만 하는 것이 옳은지 나는 의문이다. 고인이 남긴 계정이 해킹되거나 잘못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이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그러나 현실은 사후 정보관리 권리를 법이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유족들이 끝없이 서비스사와 싸워야 하는 구조다. 나는 이 법적 공백이 점점 큰 사회 문제로 부상할 거라고 우려한다.

 

4. 디지털 유언장과 법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 (키워드: 디지털 유언장, 법적 제도 개선)

나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전 준비와 법적 제도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로, 나는 디지털 유언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디지털 유언장에 “내 SNS 계정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해 달라” 혹은 “내 이메일 계정은 반드시 삭제해 달라” 같은 구체적인 지시를 남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명확히 적어 두면 서비스사도 유족의 요청을 좀 더 수용하기 수월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유언장은 아직 법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공증을 받거나, 변호사 자문을 받아 법적 효력을 확보해야 유족이 나중에 법적 분쟁 없이 고인의 뜻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는 법 제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법을 무조건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 든다. 고인의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유족이 슬픔을 딛고 고인의 흔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특히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디지털 유산 분쟁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SNS, 이메일, 클라우드, 가상화폐까지 수많은 디지털 자산이 늘어가는데, 법이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결국 살아 있는 우리가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다룰지를 미리 정하고, 법이 그 뜻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