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망 이후에도 계속 활동하는 계정들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의 SNS 계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그대로 남고, 트위터에는 마지막 트윗이 고정되며, 페이스북 생일 알림은 여전히 친구들에게 표시됩니다.
우리는 이제 고인의 계정을 마주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계정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AI가 고인을 대신해 글을 올리고 댓글에 반응하며 SNS 활동을 계속 수행하는 현상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AI 애프터봇’(After-bot) 혹은 **‘디지털 유령 봇’**이라 불리는 이 기능은
고인의 생전 SNS 게시물, 말투, 좋아했던 콘텐츠, 해시태그 패턴 등을 분석해
마치 고인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SNS 활동을 이어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기술이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흥미롭다고 느낍니다.
고인의 계정이 “오늘 날씨 참 좋네요 :)” 같은 글을 올린다면,
그것은 위로일까요? 불쾌함일까요? 아니면 조작일까요?
2. AI가 대행하는 SNS의 실제 작동 방식
AI SNS 봇은 자연어 처리(NLP), 개인화 데이터 모델링, 자동화 API를 활용해 작동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 데이터 수집:
고인의 SNS 활동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 행동 분석:
말투, 게시 빈도, 사진 스타일, 해시태그 사용 습관 등을 분석합니다. - 언어 모델 구축:
고인의 어투, 문장 구조, 감정 표현 방식을 모방하는 모델을 생성합니다. - 콘텐츠 생성:
고인이 좋아했던 뉴스, 음악, 영상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게시물을 자동 생성합니다. - 반응 알고리즘 연동:
고인 명의로 댓글에 답하거나 메신저에 자동 응답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봇은 고인이 생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기일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거나,
생일마다 자녀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사망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AI로 운영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실험 중이며,
한국에서도 일부 기업이 **“고인 메시지 자동 발송 시스템”**을 테스트한 바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기술은 고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것인가, 아니면 고인을 흉내 내는 것인가?”
3. 윤리적 쟁점: 진심인가, 조작인가
AI SNS 봇은 고인의 언어적·감정적 특성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 모방이 유족에게 정서적 착각과 진실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① 유족의 감정 조작 위험
매주 “오늘도 응원해” 같은 메시지를 고인의 말투로 받는다면,
유족은 고인이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애도 과정의 자연스러운 종결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② 타인의 혼란 유발
고인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이가 해당 계정과 소통하게 된다면,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③ 고인의 명예 및 인격권 침해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고인의 의사와 다를 경우,
고인의 평판을 훼손하거나 의도치 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전에 고인이 반대하던 정치 성향의 글을 AI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게시하거나,
광고성 콘텐츠를 무심코 올리는 경우,
기술이 고인을 다시 한 번 죽이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지금 이 기술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디지털 윤리의 핵심 쟁점이라 생각합니다.
4. 사후 SNS AI 봇 도입을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은 가능한가?
AI 봇을 통한 사후 SNS 활동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고인이 생전에 준비했고 명확히 동의했으며, 유족 또한 그 뜻을 존중한다면
이 계정은 오히려 위로와 기억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전 동의 기반 시스템 도입
고인이 생전에 AI 봇 사용 여부와 활동 범위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유족 승인 및 통제 권한
유족이 원할 경우, AI 봇을 중단하거나 계정을 영구 삭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 SNS 플랫폼의 사후 정책 명시
계정이 봇에 의해 운영 중임을 프로필에 명시해 혼동을 방지해야 합니다. - 상업적 이용 금지
AI 봇이 고인 명의로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 조항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 디지털 인격권의 법적 보호
고인의 말투, 사고방식, 콘텐츠를 구성하는 디지털 정체성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AI SNS 봇은 단순한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는 윤리적인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5. 당신의 계정, 죽은 뒤에도 남을 것인가?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SNS 계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 디지털 흔적은 사망 이후에도 온라인에 남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죽은 뒤에도 SNS 계정이 남아 있길 원하십니까?”
“누군가가 당신의 말투를 흉내 낸 AI가 글을 올린다면 기쁠까요?”
“혹은, 그것이 당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이 두렵진 않습니까?”
우리는 디지털 애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은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기억을 지키는 방식은 사람의 선택과 윤리적 기준 위에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대신 남긴 인사는, 결국 사람의 감정을 거쳐야 진짜가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기억을 지키는 방식이자 윤리 그 자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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