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모가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겨진 사람들은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습니다.
예전에는 묘지, 납골당, 묘비가 그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추모 공간이 새로운 장례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모바일 앱, 메타버스 플랫폼 등을 통해 고인의 사진, 영상, 생전 기록을 담은 추모 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며,
유족과 지인들은 그곳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며 고인을 기립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기술 발전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속히 성장해 왔으며,
한국에서도 네이버 추모관, 장례식장 앱, 카카오 기반 디지털 영정 서비스 등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모 공간에 광고가 삽입되고, 프리미엄 기능이 유료화되는 구조를 보며
나는 이렇게 묻게 됩니다.
죽음을 기리는 공간이 ‘시장’이 되어도 괜찮은가?
2. 추모 공간 유료화의 현실
대다수 디지털 추모 플랫폼은 ‘기본은 무료, 고급 기능은 유료’인 프리미엄 모델을 따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기능들이 유료로 제공됩니다:
- 맞춤형 테마 적용: 고인의 취향을 반영한 추모관 디자인 템플릿
- 추모 슬라이드 영상 자동 생성: 사진과 음악을 조합해 자동 편집
- 추모 메시지 예약 공개: 생일, 기일, 어버이날 등에 맞춰 자동 게시
- 메모리 저장 용량 확대: 무료 50MB vs. 유료 10GB 이상
- 광고 제거 모드: 페이지 내 배너 광고 제거
해외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디지털 납골당을 구매하거나, NFT로 등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고인의 사진과 유언을 담은 ‘기억 토큰’을 만들어 후손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료화 흐름은 종종 **“기능 소비가 진심을 가린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나는 그 지점이 디지털 추모 공간 상업화 논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상업화에 대한 도덕적 논쟁: 위로인가, 착취인가?
추모는 인간의 깊은 감정에서 비롯됩니다.
사랑, 그리움, 슬픔, 회한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이 그 감정에 가격을 매기기 시작할 때, 사회는 불편한 시선을 보냅니다.
논쟁 ①: 광고의 존재
나는 추모 페이지에 배너 광고나 구글 애드센스가 자동 노출되는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고인의 사진 아래에 피자 광고, 보험 광고, 자동차 배너가 붙어 있다면,
유족에게 모욕적이고 부조화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논쟁 ②: 유료 기능 강제
기본 기능만으로는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기 어렵고,
결국 유료 기능을 써야 의미 있는 페이지가 완성되는 구조는
**“감정을 기능으로 환원한 부분 유료화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논쟁 ③: 감정의 상품화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추모 영상을 만들거나, 아바타를 생성하거나,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활용하려면
전부 돈을 내야 하는 구조일 경우, 애도는 ‘콘텐츠 소비’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진보인가, 감정의 착취인가?
4. 균형은 가능한가? 윤리적 수익 모델과 추모 공간의 지속성
한편, 디지털 추모 플랫폼이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버 비용, 보안, 데이터 저장, 기술 유지보수 등은 모두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고인의 추모 공간을 10년 이상 보존하려면,
운영사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합리적인 유료화는 기억 보존의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윤리성과 지속성의 균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광고 최소화 또는 무광고 유료 옵션 제공
- 기본 기능 충실 + 선택적 프리미엄 기능 설계
- 수익보다 ‘기억 보존’이라는 목적 우선 설명
- 추모 공간에 어울리는 콘텐츠 가이드라인 마련
- 수익 일부를 장례 복지나 공익 기금으로 환원
이런 접근은 유족에게 불쾌함보다 신뢰를 줄 수 있고,
디지털 추모 문화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5. 당신이 남기고 싶은 공간은 어떤 모습입니까?
사람마다 애도의 방식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묵념하고, 어떤 사람은 SNS에 해마다 기억을 올립니다.
또 다른 이는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글을 남기도록 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추모 공간을 만들 것인가? 만들지 않을 것인가?
만든다면, 그 공간은 감정의 진심을 담는 그릇인가,
아니면 기능 소비를 위한 상품 공간인가?
나는 기술이 감정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추모 공간은 콘텐츠가 아니라, 기억을 보호하는 울타리여야 하며,
유료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존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 누군가 당신을 위한 디지털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공간에 광고가 뜨고, 배경 음악을 재생하려면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면,
그게 정말 당신이 기억되고 싶은 방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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