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디지털 애도와 윤리

고인의 이미지로 만든 디지털 아바타, 도덕적 소유권은 누구에게?– AI 기술로 복원된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sky-x106 2025. 7.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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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은 고인을 다시 그린다

기술은 사람을 재현하는 능력에서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생전의 사진과 음성 녹음을 바탕으로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 사망한 이의 표정, 말투, 심지어 눈빛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모방해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실제 사례도 존재합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VR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을 재현하고, 어머니가 가상 공간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안겼지만, 동시에
**“이런 방식이 정말 윤리적으로 괜찮은가?”**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헐리우드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이미 진행 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고 피터 쿠싱의 얼굴을 디지털로 재현했고,
젊은 시절의 캐리 피셔(레아 공주) 역시 CGI로 복원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시도들은 추모, 연출, 조작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고인의 디지털 아바타에 대한 도덕적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고인의 이미지로 만든 디지털 아바타

2. 고인의 초상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우리의 사진, 음성, 표정, 말투 모두 분명히 나의 것입니다.
하지만 사망한 후, 그 권리는 어떻게 될까요?

대한민국 민법에 따르면, 자연인은 사망과 동시에 인격권을 상실합니다.
즉, 고인은 더 이상 자신의 초상권이나 음성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명예, 기억, 사생활은 일정 부분 보호되며,
유족에게는 그에 대한 간접적인 관리 권리가 부여됩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 고인의 명확한 생전 동의 없이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 일부 유족은 동의하고, 일부는 반대할 경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 아바타를 통해 생성된 콘텐츠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권리, 인간 존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 아바타가 생전에 하지 않았던 말을 하거나,
고인이 반대했을 정치적·종교적 메시지를 담는다면
그것은 사실상 인격에 대한 2차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3. 상업적 이용인가, 추모 목적인가 – 경계가 모호한 아바타 활용

디지털 아바타는 단순히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고인의 아바타가 광고, 행사 홍보, 브랜드 캠페인 등에 등장하며
사실상 상업 활동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고인이 된 유명 가수가 AI로 생성된 얼굴과 목소리로 신곡을 발표하거나,
공연장에서 디지털 부활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술은 기억을 보존하는 도구를 넘어서, 고인을 콘텐츠화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윤리적 우려는 더욱 깊어집니다:

  • 고인의 생전 의사에 반하는 상업적 활동
  • AI가 만든 발언이 사회적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
  • 고인을 브랜드 자산처럼 소비하는 구조

이런 현상은 고인을 하나의 미디어 객체로 환원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추모를 위한 재현이, 어느 순간부터는 수익과 주목을 위한 전시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디지털 아바타 사용에는 명확한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사전 동의 없는 상업적 이용 금지
  • 생전 동의를 최우선으로 존중
  • 유족 간 공동 합의 원칙

4. 도덕적 소유권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디지털 아바타의 소유권이나 사용 권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덕적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소유권이란, 고인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사용하려 할 때 다음의 윤리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생전 동의 여부
고인이 사망 후에도 자신의 이미지와 목소리 사용을 명확히 허락했는가?

유족 다수의 동의 여부
법적 상속인 또는 직계 가족이 공동으로 동의했는가? 일부만 동의했다면 사용은 제한해야 한다.

콘텐츠 목적의 정당성
아바타가 사용되는 목적이 상업인지, 추모인지, 교육인지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재현 수준의 적절성
고인의 감정이나 생각까지 과도하게 모사하는 것은 인간성 침해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기준이 법 제정 이전에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입니다.

 

5. 기술보다 앞서야 할 것은 ‘기억에 대한 존중’

우리는 모두 언젠가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우리의 사진을 보고, 음성을 듣고, 이야기를 기억할 것입니다.
기술은 그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생함이 곧 진정성은 아닙니다.
기억은 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감정 속에서 해석됩니다.
디지털 아바타는 그 기억을 돕는 도구일 뿐,
기억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이미지를 복원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닌, 도덕적 책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억을 지키는 것은 기술의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몫이며,
그 기억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윤리적 선택이자 사회적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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